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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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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가지?’ 달력을 넘기며 유럽의 어느 소도시나 동남아의 한적한 해변을 떠올리는 일.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행복한 고민이죠. 하늘에 그어진 비행운을 보며 막연한 여행의 설렘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런데 만약,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비행기’가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오늘은 이 조금은 황당한 상상을 통해, 비행기가 우리 삶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비행기의 부재는 단순히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 세계 경제의 흐름, 국가 간의 관계, 다양한 문화의 교류 방식, 심지어 우리 개개인의 가치관까지 모든 것을 뒤바꾸는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켰을 겁니다. 땅과 바다로만 연결된 세상을 상상하며,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게 누려온 것들의 진짜 가치를 함께 찾아 떠나볼까요?

느려진 세상, 그리고 완전히 다른 세계 지도

비행기가 없다면, 장거리 이동의 유일한 대안은 배와 기차뿐입니다. 부산에서 유럽까지 가려면, 몇 달 동안 배를 타야 하는 대장정이 펼쳐질 겁니다. 지금처럼 ‘1~2주 해외여행’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해외’라는 공간은 일부 탐험가나 아주 부유한 상인, 혹은 큰 결심을 한 이민자들만의 영역이 되었을 겁니다.

  • 여행의 의미 변화: 여행은 더 이상 휴식이나 재충전이 아닌, 인생을 건 ‘탐험’이나 ‘견문’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준비해야만 했을 겁니다. 각 나라와 도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고유한 색채를 지니게 되었을 겁니다. 외부와의 교류가 현저히 적었을 테니까요.
  • 경제 지도의 재편: 신선식품이나 첨단 부품의 항공 운송은 불가능합니다. 이는 곧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를 의미하며, 각 국가는 자급자족에 가까운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을 겁니다. 아마존이나 쿠팡 같은 글로벌 이커머스는 존재하기 어려웠을 테고, 우리는 우리 지역에서 나고 자란 것들로만 생활을 꾸려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 시간과 공간 개념의 확장: 며칠, 몇 주가 걸려 편지가 오가고, 다른 대륙의 소식은 몇 달이 지나서야 신문을 통해 접하게 됩니다.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넓고, 시간은 훨씬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문화적 고립 vs 강해진 지역 정체성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 즉 지구촌이라는 말은 비행기가 있기에 가능한 개념입니다. 하루 만에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고,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시대. 비행기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분절된 모습이었을 겁니다. 다른 인종,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보다는, 낯섦과 경계심이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BTS나 블랙핑크 같은 글로벌 K-POP 스타의 탄생도,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열기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은 훨씬 더 강력하게 보존되었을 겁니다. 세계적인 유행에 휩쓸리기보다는,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그들만의 언어, 음식, 축제, 생활 방식을 꿋꿋하게 지켜나갔을 테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개성 넘치는 세상을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을 잃은 대신 우리가 얻게 될 것들

물론 비행기가 없는 세상이 마냥 불편하고 고립된 모습만은 아닐 겁니다.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겠죠.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환경일 겁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구의 하늘은 지금보다 훨씬 더 깨끗했을 겁니다. 우리는 매일 밤 더 선명한 은하수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 전쟁 양상의 변화: 제공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 제1, 2차 세계대전과 같은 대규모 국제전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국경은 바다와 육지로 한정되고, 전쟁의 피해 역시 특정 지역에 국한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 로드 트립의 낭만: 장거리 이동이 기차나 자동차에 의존하게 되면서, 우리는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을 더 즐기게 되었을 겁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중간중간 낯선 도시에 들러 새로운 경험을 하는 ‘로드 트립’이 여행의 보편적인 형태가 되었을 겁니다. 우리는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어떻게 가는가’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되었을 겁니다.

결론: 땅에 발 붙인 삶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

비행기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빠르고 긴밀하게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비행기는 단순히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을 넘어, 문화와 사상을 교류시키고, 세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었으며, 우리의 사고방식까지 바꿔놓았습니다.

이 상상을 통해 우리는 지금의 편리함에 감사하게 되지만, 동시에 ‘느림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가끔은 비행기 티켓을 검색하는 대신, 우리 동네의 골목길을 산책하거나 기차를 타고 국내의 낯선 소도시로 훌쩍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땅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주변을 돌아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하늘 길에 잠시 잊고 있던, 우리 곁의 소중한 풍경들을 다시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